발효는 흥미로운 현상이다. 이 과정의 기본은 효모가 탄수화물을 이용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것이다. 찐 밥에 누룩을 넣어 막걸리를 만들고, 우유에 유산균을 넣어 요거트를 만들고, 배추를 절이고 갖은양념을 해서 김치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밀가루를 발효시켜 맛있는 빵을 만들 수도 있다. 이 중 빵 발효는 어떻게 작용할까?
빵 반죽의 기본 단계를 살펴보자.
1. 혼합과 반죽: 물, 밀가루, 소금, 효모를 섞고 반죽을 잘 치대준다. 이 과정에서 글루텐이 형성되어 탄력이 생기고, 밀가루의 녹말은 물을 흡수한다.
2. 일차 발효: 이 단계에서 발효가 일어난다. 효모는 탄수화물을 소화하기 시작하여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데, 이것은 반죽에 기포를 형성하여 반죽의 부피를 키운다. 한편 반죽을 치대고 기포를 빼주는 과정에서 글루텐이 강화된다.
3. 이차 발효와 휴지: 이차 발효로 반죽의 부피가 더 커진다. 반죽을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 성형을 해준다. 굽기 전 잠시 휴지를 하는데 발효가 활발하기 때문에 빵 반죽은 더 부풀고, 성형 과정으로 인해 긴장된 글루텐이 느슨해진다.
4. 굽기: 반죽이 뜨거운 들어가는 순간 안에 있는 공기 주머니가 즉시 팽창하기 시작하여 반죽이 급격히 부풀어 오른다. 반죽하며 형성된 글루텐 네트워크까지 부피가 커진다. 오븐의 열은 공기를 담고 있는 글루텐을 익혀서 구조를 안정화시킨다. 단백질과 당이 열을 만났기 때문에 마이알 반응(Mailard reaction)이 일어나 맛있는 빵 냄새와 황금빛을 낸다.
발효 온도가 높을수록 효모는 빠르게 증식하여 이산화탄소를 생성한다. 몇 시간 만에 발효를 끝낼수도 있다. 그러나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서 고온에서 빨리 발효를 끝내는 것은 옳지 않다. 풍부하고 복잡한 맛을 내기보다 빵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향과 신 맛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풍성한 맛을 내는 맛있는 빵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발효 온도를 낮춰서 천천히 발효하면 된다. 이스트가 천천히 증식하며 바람직한 향미 화합물을 생성하고 더 적은 신맛 화합물을 생성한다. 그러면서 이산화탄소가 더 천천히 만들어진다. 성형 후 휴지하는 동안 반죽이 덜 부풀고 원하는 모양을 잘 유지한다. 또한 발효 시간이 길면 밀가루에 존재하는 효소들이 단백질을 절단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글루텐 형성이 안정적으로 잘 된다.
그렇다면 저온 발효에 이상적인 기간은 얼마나 될까?냉장온도에서 1일~10일 발효를 한 빵을 구웠을 때 발효 시간이 짧을수록 빵 내부의 기포가 작고 반죽이 단단했다는 결과가 있다. 빵의 맛은 풍부하기보다는 단조로웠다. 3일 발효한 빵부터 차이가 생겨 빵의 표면은 누룽지처럼 황금빛으로 더 잘 구워졌고, 내부의 기포가 큰 것들이 발견됐다. 글루텐이 더 잘 형성되어서 크기가 더 큰 기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발효를 6일 이상 한 경우에는 시큼한 맛이 나고, 반죽에 알코올과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며 산도가 높아져서 결국 효모가 더 이상 증식하지 않는다. 빵을 냉장 발효한다면 3~5일이 적당해 보인다. 이 때 맛과 식감, 작업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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